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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2

박완서 - 일상의 기적 덜컥 탈이 났다. 유쾌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 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 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 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 일, 기침을 하는 일, 앉았다가 일어나는 일이 내게는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별 수 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 소리가 들려왔다. 실은 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 아프고, 어깨도 힘들었노라, 눈도 피곤했노라, 몸 구석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던 나의 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 줄은 예상조차 못했던 터라 어쩔 줄.. 2023. 7. 11.
남성과 여성은 같은 말도 다르게 듣는다 핑크와 블루의 특성은 보는 것뿐 아니라 듣는 데서도 드러난다. 남편과 아내의 어려움을 다루는 나는 여성은 핑크 보청기로 듣고 남성은 블루 보청기로 듣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싶은 부부가 꼭 이해해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은 말을 들어도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예화가 있다. 아내가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입을 만한 새 옷이 없다는 뜻이고, 남편이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깨끗하게 세탁된 옷이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말도 핑크와 블루에게는 각각 의미가 다른 것이다! "기름기가 너무 많다"는 표현을 생각해 보자. 여자 둘이 기름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아마 피부가 너무 지성이라는 뜻일 것이다. 남자.. 2023.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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