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와 블루의 특성은 보는 것뿐 아니라 듣는 데서도 드러난다.
남편과 아내의 어려움을 다루는 나는 여성은 핑크 보청기로 듣고 남성은 블루 보청기로 듣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더 원활하게 의사소통하고 싶은 부부가 꼭 이해해야 할 더 중요한 사실은 두 사람이 같은 말을 들어도 전혀 다른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자주 사용하는 예화가 있다.
아내가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입을 만한 새 옷이 없다는 뜻이고, 남편이 '입을 옷이 없다'라고 말하는 건 깨끗하게 세탁된 옷이 없다는 뜻이다.
같은 말도 핑크와 블루에게는 각각 의미가 다른 것이다!
"기름기가 너무 많다"는 표현을 생각해 보자.
여자 둘이 기름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아마 피부가 너무 지성이라는 뜻일 것이다.
남자 둘이 기름기가 많다는 말을 하고 있다면 기계에 관한 것이거나 차고 바닥이 미끄럽다는 뜻일 것이다.
핑크와 블루는 같은 말을 들어도 속으로 전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
아내는 "쇼핑 갑시다"라는 말을 들으면 '와 신난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남편은 "쇼핑 갑시다"라는 말을 들으면 '어떻게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까?' 하고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은 각각 자기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에 따라 같은 말을 다르게 듣는다!
그러나 실제 남성과 여성의 차이는 블루와 핑크 선글라스나 보청기보다 더 심오하다.
남편과 아내는 "처음부터 다르게 타고났다."
흥미를 보이는 분야도 많이 다르다.
이렇게 서로 흥미가 다르다 보면 부부 사이에 긴장과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즉 악성 사이클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아내는 남편과 대화하면서 정서적으로 교감하고 싶은데 남편이 "너무 피곤해요"라고 말했다고 하자.
남편은 사실을 말할 것일까?
아니면 대화를 거절한 것일까?
보통 남편보다 아내가 (여성의 욕구인) 대화를 더 원하기 때문에 남편의 말은 거절처럼 들린다.
그러나 피곤한 하루를 보낸 남편은 정말로 그저 텔레비전에이나 보면서 힘든 하루를 잊고 싶을 뿐이다.
반대로 남편이 잠자리를 요구하는데 아내가 "너무 피곤해요"라고 대답하면, 사실을 말한 것일까 아니면 거절한 것일까?
보통 아내보다는 남편이 (남성적 욕구에서 비롯된) 성적 친밀감을 더 요구하는 편이기 때문에 아내 말은 거절로 들린다.
그렇지만 아니 역시 단지 너무 힘든 하루를 보냈기 때문에 빨리 목욕하고 머리 감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을 뿐이다.
틀린 게 아니다.
다를 뿐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핑크와 블루의 차이가 부부 대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단지 다른 것인데도 틀렸다며 배우자를 비난하는 원인이 된다.
부부를 세우라는 대화의 기술/에머슨 에거리치/최광수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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