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이 바로 '자유로워졌다'는 것이다.
우선 남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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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분석 치료를 받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남의 시선이나 평가에 덜 구해봤는 자신을 발견한다.
휴는 어느 날 직장 동료와 대화하다가 문득 자기가 자신을 거의 의식하지 않으면서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에는 '저 친구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비난하지 않을까, 무시하지 않을까, 내 말이 지루하지 않을까?'
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며 대화를 했다.
그래서 대화가 쉬 피곤해졌다.
그러나 그날은 달랐다.
"동료와 대화하면서 제가 '저를 빼고' 그냥 대화에 열중하고 있었어요.
참 기분 좋은 경험이었어요."
나도 휴의 말을 듣고 내색은 할 수 없었지만 기뻤다.
자기를 빼고 대화에만 열중할 수 있다는 것은 자유로워진 것이다.
상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비난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사람은 인정해 달라고 애걸하는 심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버림받는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대화 중에 자기를 뺄 수 있다.
그가 '저를 빼고'라고 말한 시점은 "마치 안개가 걷히듯 제가 이해되네요."
라고 한 그 무렵이었다.
자신의 무의식이 이해가 되고 자유로워지면 자기를 빼고 상황에 열중할 수 있게 된다.
자유, 얼마나 매력적이고 그리운 언어인가.
지난날의 휴에게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편애의 상처가 무의식에 남아 있었다.
그는 아버지의 인정과 지지에 굶주린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들로부터 사랑받고, 칭찬받고, 대우받고, 인정받고, 인기를 얻으려고 발버둥 치던 사람이었다.
내가 아니라 남의 기준으로 사는 사람이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에게,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사회에 나가서는 상사와 부하 직원에게 애정과 인정을 받기 위해 공붓벌레, 일벌레가 되었다.
자기 스스로 자기의 삶을 즐길 수 없었다.
그의 인생의 키를 남들이 잡고 있었다.
휴는 감옥에 갇혀있었다.
박수 감옥, 인정 감옥, 비난 감옥에 갇혀 살았다.
휴가 한번 마음 놓고 가 보지 못했고, 아이가 벌써 여섯 살이 되었지만 거의 안아 준 적이 없었다.
도무지 너무 바빠서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없었다.
부인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사랑을 나누는 것도 일처럼 일했다.
속된 표현을 빌리자면 '의무방어전'이었다.
부인에게 점수 따기였다.
부인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였다.
심지어 정신과 의사인 나에게까지도 잘 보이고 인정받으려 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변했다.
휴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심리적 감옥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 심리적 감옥에서 걸어 나왔다.
심리적 감옥은 허상이기 때문에 발견하고 걸어 나오면 된다.
그러면 인정받지 못할까 봐 초조해할 필요가 없고, 비난받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버림받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남의 평가, 즉 내면의 아버지의 평가에 의지해서 사는 인생에서 자기 판단으로 사는 인생으로 변한다.
자기 인생이 주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심리적 현실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감옥 생활을 계속한다.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휴는 자유로웠다.
물론 휴의 인생의 문제들이 다 해결된 것은 아니다.
다만 그는 정당한 현실의 무게를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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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과장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가소평가하지도 않는다.
굳이 피해 가지도 않는다.
현실의 무게를 인정하고 과장하거나 회피하지 않는 태도, 여기에 자유로움의 근원이 있다.
30년 만의 휴식/이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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