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친구
옛날에 한 부자가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아들은 친구들과 놀기를 좋아하며 날만 새면 밖으로 나가곤 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을 대접하느냐고 돈을 낭비하는 것을 예사롭게 여겼습니다. 아들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아버지가 어느 날 아들을 불러 놓고 타일렀습니다.
"얘야, 너도 이제 집안일을 돌볼 생각을 하거라. 어째서 날이면 날마다 밖으로 돌아다니단 말이냐?"
"아버지, 제가 나가고 싶어서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친구들인 모두 제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제가 없으면 재미가 없데요. 여러 친구들에게 그렇게 환영을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아버지." 아들은 오히려 아버지가 자기를 이해해 주지 않은 것이 야속하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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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지. 하지만 친구가 많다고 해서 무조건 좋아할 일은 아니니라. 웃는 얼굴로 어울리는 친구는 많아도 마음을 열 수 있는 친정한 친구는 드문 법이거든. 혹시 네 친구들이 너를 좋아하는 것은 너한테 받은 것에 재미를 들여서 그러는 것은 아니냐?"
"아버지는 아직도 제가 어린애인 줄 아시는군요. 하지만 저도 그런 일쯤은 잘 알고 있어요.
제 친구들은 모두 진실한 친구들입니다."
"그렇다면 네가 친구를 사귐에 참으로 성공하였는지 아닌지를 이 아버지가 시험해 보아도 되겠느냐?"
"아이 참, 아버지도! 아버지는 평소에 친구가 없으셔서 저희들의 우정을 이해하실 수가 없을 신 거예요.
하지만 좋습니다. 이 기회에 저의 친구들이 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여 드릴 수가 있을 테니까요."
"그래, 그럼 너는 오늘 밤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이렇게 약속한 아버지는 그날 밤 돼지 한 마리를 잡아서 거적에 쌌습니다. 그러고는 밤이 깊었을 때 그것을 들러 메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맨 먼저 아들과 가장 친하다는 집으로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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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내가 시킨 대로 해보아라."
아들은 친구 집의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잠시 후 친구가 얼굴을 내밀고 말했습니다.
"아니, 이 밤중에 무슨 일인가? 지금은 몹시 피곤하니 웬만하면 내일 만나세."
"이보게, 일이 다급하게 되었으니 나를 좀 도와주게. 저어... 실은 조금 전에 내가 실수하여 사람을 죽였네.
그래서 여기 시체를 가지고 왔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으니 어떻게 좀 도와주게."
"뭐라고? 시체를 가지고 왔다고? 이거 왜 이러나?
나는 그런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내 집에서 냉큼 사라지게."
"이보게! 우리는 친한 친구 사이 아닌가? 이 일은 나 혼자 해결하기에 너무 벅찬 일이어서 자네의 도움을 받고자 이렇게 온 것일세. 우정을 좀 베풀어 주게나."
"우리가 친구 사이라고? 그 그런 말 말게. 나는 살인자를 친구로 둔 적 없네. 여러 말할 것 없이 어서 내 집 앞에서 냉큼 사라져 주게."
아들의 친구는 끝까지 냉랭하게 거절했습니다.
아들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다른 친구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거기에서도 역시 냉정하게 문전 박대를 당하였습니다. 아들은 그 뒤에도 몇몇 친구의 집을 더 찾았으나 어디에서나 마찬가지 대접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친구 중에는 도와주기는커녕 날이 새면 관가에 고발하겠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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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뒤를 멀찌감치 따라다니며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자아, 이번에는 내 친구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두 사람은 아버지의 친구를 찾아갔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아버지의 친구가 나왔습니다.
"아니, 이 밤중에 웬일인가? 무슨 일이라도 생겼는가?" 뜻밖의 방문을 받은 아버지의 친구가 말했습니다.
"큰일 났네. 실은 내가 실수하여 사람을 죽였네. 그래서 이렇게 시체를 메고 자네의 도움을 받으러 왔네."
"저런! 자네가 어쩌다가... 아무튼 어서 들어오게, 너무 걱정하지 말게, 우리가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은 해결 방법이 있을 걸세." 두 사람은 친구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있으면 날이 샐 것이니 이 시체를 지금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야 그러니 당분간 저 나무 밑에... 자네는 내 옷으로 갈아입게나." 아버지의 친구는 거적에 쌓인 것을 번쩍 들러 메고 자기 집 안마당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친구여, 미안하네,. 그 거적에 쌓인 것은 시체가 아니라 돼지고기라네, 내가 돼지를 한 마리 잡아 왔네그려."
"뭐야? 에이, 짓궂은 친구 같으니!" 아버지의 친구는 후유~하고 한숨을 내쉬며 몹시 다행스러워했습니다.
"내가 이 아이에게 우리의 우정을 본보기로 보여주고 싶었네. 자아, 우리 돼지고기를 안주 삼아서 술이나 한 잔씩 하세."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날이 새도록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정담을 나눴습니다.
<한국민속문학사전>권력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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