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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희망이 보이지 않은 때 희망이 필요하다/ 휘파람을 불어라

by 책통지 2023.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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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을 불어라

근시 인생, 멀리 넓게 보기 

 딸 쪽지가 7살이 되면서부터 책을 볼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눈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과에 데리고 갔더니 시력이 이미 마이너스로 떨어져 있는 데다 근시까지 겹쳐 있어서 안경을 써야 한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습니다.

 

 어려서부터 텔레비전을 보거나 전자오락을 한 것도 아닌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아이들이 시력이 나빠지는 것은 텔레비전과 전자오락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일곱 살이 되도록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었던 시간은 계산할 수 있을 만큼 적은데 왜 이렇게 눈이 갑자기 나빠졌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더니, 텔레비전을 보지 않더라도 요즘에 서울과 같은 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눈이 근시가 되고 나빠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갖추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아파트처럼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데다가 설령 밖으로 나온다고 해도 고층 건물에 가려서 멀리 산을 바라볼 기회 자체가 없기 때문에 시선이 차단되어 근시가 생기고 눈이 나빠진다고 하였습니다.


 에스키모인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서 시력이 3.0, 4.0까지 나올 만큼 좋은데 그 이유는 밝은 곳, 막히지 않은 곳에서 살면서 멀리 보는 훈련이 저절로 되기 때문이라며 아이에게 한 시간에  5분 만이라도 눈을 쉬게 하고 멀리 보는 훈련을 시키라는 도움말을 받았습니다.


 때어 날  때는 똑같은 시력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어떤 공간, 어떤 환경 속에서  지내느냐에 따라서 한 사람은 시력이 꾸준히 좋아지고 한 사람은 꾸준히 퇴보하고 있었습니다. 어찌 시력뿐이겠습니까? 살면서 어떤 것을 주로 보고, 듣고, 사는지, 누굴 만나고 무엇을 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시력뿐만 아니라 인생을 보는 시력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경우, 호기심 많은 시선을 잡아서 인생을 멀리 보지 못하게 하고 근시 인생을 만드는 장애물들이 현실 속에 많이 놓여 있습니다.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그림, 음란 잡지와  음란 소설 등의 유해간행물, 성인용 비디오 등은 젊은 시절에 멀리 넓게 보고 내가 갈 길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인생을 '멀리 보는 기능'을 상실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위치 파악이 안 되고 멀리 보지 못하고 좁디좁은 폐쇄된 공간 속에서 감각만 자극하고 감각만 발달해서 눈에 보이는 좋은 것만 즐기려고 하고 추구하고 그 눈에 보이는 현란함에  정신이 팔려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안경이 필요한 근시 인생입니다. 시력의 근시는 안경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지만 우리 인생에 대한 태도가 근시에 걸린다면 치료의 길이 쉽지 않습니다.


 살면서 인생을 멀리 본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오늘 하루의 길이로 인생을 보지 말고 몇십 년의 길이로 나의 인생을 멀리 보노라면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이나, 오늘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상황들이 작은 일로 보일 것입니다. 참고 견디고 인내할만하며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히 풀어나갈 만한 일로 보일 것입니다.

 

 우리는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자주 '근시 한적인 정책'이라는 말을 듣습니다. 이 말은 무슨 일을 계획할 때 그 일이 며칠 파급을 고려하지 않고, 혹은 그 일을 추진하는 절차를 너무 가깝게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 집착해서 처리했을 때 시간이 좀 지나면 조잡한 일 처리, 장기적인 안목이 부족한 계획 등으로 해서 일을 그르치게 되었을 때 그 일 처리를 비판하는 말로 씁니다.

 

  내가 오늘 반은 목숨 걸고 하는 공부도 꼭 대학에 가기 위해서 시험 점수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그 목표에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보면 시험 점수가 일 점이라도 낮게 나왔을 때, 대학에 떨어졌을 때 자신을 지탱해 줄 목표가 없어져 버립니다. 그래서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아니 죽어야 한다며 자살을 계획하고 꿈꾸는 어리석은 사람이 됩니다.


 너무 발 앞에 있는 돌부리에만 신경을 쓰고 걷다 보면 앞에 서 있는 담벼락을 미쳐 보지 못하고 그 담에다 머리를 박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나의 시선을 잡고 있는 것이 숲의 아름다움인지 나무 한 그루인지 아니면 나무 잎사귀 하나인지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무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항상 먼저 숲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멀리 넓게 보는 사람이 근시 인생에 걸리지 않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희망이 필요하다> 김형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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