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펼쳐놓는다고 다 흩어지는 게 아니다, 나에겐 이게 질서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내 방 문을 열자마자 그녀가 본 건,
책상 위에 떡 벌어진 세 개의 독서대.
한눈에 봐도 “여긴 누가 봐도 진지하게 뭘 하는 사람의 자리구나” 싶은 그 광경에, 친구는 그대로 웃음이 터졌다.
“야, 이건 그냥 책상이 아니라 아예 출판사 편집실 수준인데?”
그녀가 한참을 웃더니 말하길, 자긴 독서대 하나도 써본 적이 없다고.
“근데 왜 독서대를 이렇게까지 많이 펼쳐놨어?”
라고 묻기에, 난 대답했다.
“하나엔 오늘 쓸 노트, 하나엔 참고 자료, 하나엔 메모지. 메모지 하나만 올려도 돼~ 생각보다 편해.”
“나한테는 이게 정리야. 그냥 조금... 펼쳐져 있을 뿐이지!”
사실 이 독서대들은 다들 한 번쯤 버려질 뻔한 운명을 가진 아이들이었다.
아이들 책상이 정리되면서 방 한구석에 굴러다니다시피 했고,
남편도
“이거 이제 안 써?”
하며 슬쩍 치우려던 걸
내가 낼름 주워왔다. 그렇게 ‘버림받은 독서대’들은 지금 내 창의력의 3총사로 아주 훌륭하게 활약 중이다.
나는 ‘정리정돈’보다는 ‘펼쳐놓기’를 더 좋아한다.
생각은 머리 안에서만 정리되지 않는다. 손에 들고, 눈으로 보고, 종이에 써야 비로소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달까.
책상 위에 노트도, 메모지도, 책도 다 펼쳐놓고 써야 손이 풀리고, 마음이 풀린다.
바탕화면처럼 머릿속도, 책상도 조금은 어질러져 있어야 나는 더 잘 흘러간다.
남들이 보면 정신 사납다 할 수도 있다.
실제로 내 동생도 내 방을 보고는
“언니, 직장 경리도 이렇게는 안 써!”
라며 기겁했으니까.
하지만 나는 안다. 이건 혼란이 아니라 ‘내 방식의 몰입감’이라는 걸.
의력은 엉뚱한 곳에서 피어난다.
그리고 종종, 바닥에 굴러다니던 독서대 하나가 나의 창작 동료가 되어준다.
“천재와 어질러진 책상은 함께 다닌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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