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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공포와 트라우마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by 책통지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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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생존성 분노의 근원, 공포와 트라우마

 

  테리는 "제가 왜 이러는 거죠?"라고 물었다. 사실 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이 있다.

"테리, 내가 어렸을 때 폭행을 당한 것 때문에 뇌에 손상이 간 듯하구나."


 과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공포와 트라우마가 인간의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조세프 르두는 이 분야에서 가장 왕성한 연구를 펼친 학자이다. 그의 연구 결과를 간단히 살펴보자.


▶ 감정은 인간이 존재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부분이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정보를 주기 때문이다. 감정은 "집중해, 이건 아주 중요한 거라고, " "저기는 위험하니까 조심해."  "이건 잊어버리지 마,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하다고." 그리고 고맙게도 "그거 기분 되게 좋다. 또 하자."와 같은 정보를 전해준다.


▶ 뇌에는 감정만 따로 다루는 특정한 통로가 있다. 이 통로는 뇌의 이곳저곳을 빠르게 지나는 간선도로 같은 역할을 한다. 거의 모든 통로는 도심에 있는 길처럼 교통 흐름이 느린 편이지만,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일부 통로는 고속도로처럼 엄청난 속도로 이동이 이루어진다.


▶ 얼핏 그림자나 사람이 자신 쪽으로 오는 걸 보고 위험을 감지했다고 하자. 뇌는 싸우거나 도망쳐야 할 상황이 왔을 때 몸이 곧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춘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여유롭게 생각할 시간이 없다.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면 즉시 반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뇌는 몸을 즉시 경계상태로 만들 수 있는 경고 체계를 마련한다.

 

 

  눈 깜짝할 사이 전령이 메시지를 들고 뇌 속을 가로질러 자그마한 아몬드 모양의 편도라는 곳에 도착한다. 편도 감정적 경보센터로 몸과 뇌에 "비상, 비상, 비상 1"이라고 큰소리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편도가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우리는 메시지를 받은 즉시 자리에 우뚝 멈춰서 어디에서 위험이 오는가를 찾기 시작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편도는 부신에 신호를 보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분배하도록 한다. 코르티솔은 혹시라도 자신을 향해 오던 그 음침만 형상이 적으로 판명되었을 때 몸이 목숨을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 그렇지만 잠깐! 그 사람이 적이 아니라면? 그냥 친절한 조 아저씨가 인사를 하러 오는 거였다면 어떻게 하나? 주먹부터 나간 다음에 안부를 물을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우리 뇌는 또 다른 통로를 갖고 있다. 이 통로는 뇌의 보다 정교한 부위를 지나가며 상황을 폭넓은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그래서 우리는 "잠깐, 저건 조 아저씨인데, 무서워할 필요 없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편도가 메시지를 받으려면 적어도 몇 초는 걸리기 때문에 이 반응은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 우리 뇌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또 있다. 바로 부신 옆에 있는 해마이다. 해마는 과거에 있었던 감정적 경험을 기억하며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해 준다.

 무엇보다 해마는 실제로 위험이 없을 경우 부신에게 코르티솔을 그만 분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 보통은 편도가 부신에게 코르티솔을 분비하라는 명령과, 해마가 그것을 그만 분비하라는 명령은 섬세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머릿속에 한쪽 이는 무척 소심한 사람이 다른 한쪽에는 안정적이지만 뭐든지 너무 쉽게 믿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있다. 소심한 편도는 항상 "조심해! 위험해! 도망가! 덤벼! 어떻게 좀 해봐!"라고 말하는 한편 해마는 "아니야, 걱정할 거 없어, 다 괜찮아, 안전해"라고 한다.

 보통은 위험이 현실로 밝혀지면 편도가 주도권을 갖고, 위험이 잘못된 경보 (대부분이 허위 경보일 때가 많다) 였으면 해마가 주도권을 잡고 긴급 상황을 종료한다.

 

▶ 나쁜 소식은 목숨이 심각하게 위험했던 적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겼다면, 흥분한 안정 사이에 있는 섬세한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목숨이 극도로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부신이 코르티솔을 과다분비하여 해마에 큰 손상을 입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편도가 부신에게 "코르티솔을 더 분비해!"라고 꽥 소리를 지을 때 해마는 "제발 덜 내보내세요"라고 간신히 속삭이는 정도밖에 못하게 된다. 해마는 점차 약해지고 작아져 심지어는 정상적인 크기 1/ 6로 줄어들 때도 있다.

 

 이는 곧 테리 같은 사람들은 영원히 불안정한 상태로 살게 된다는 소리다. 뇌는 종종 상황을 잘못 이해하여 위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꼬투리를 어떻게 해서든 잡아낸다. '그 희미한 현상은 내 적일 거야. 그 저녁 식사 초대는 함정이야. 저 나무 막대는 뱀이 위장한 걸 거야.'

 

 트라우마가 충격으로 손상된 테리의 뇌는 계속해서 세상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준다. 결국 테리는 겁에 질려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늘 긴장과 걱정 속에서 산다. 테리의 뇌는 트라우마를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뇌처럼 계속되는 세상의 위협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재설계된 것이다.

 

 

 

욱하는 성질 죽이기/로널드 T. 포터 에프론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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