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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없이는 빛의 존재를 깨닫지 못한다.
인생이라고 다를 리 없다.
행복은 여간해서는 그 실태를 알아차릴 수 없지만 불행을 배우는 순간, 불행과 다른 행복의 존재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므로 불행은 생각만큼 손해는 아니다.
행복에 대한 갈망은 오직 불행한 가운데 키워지기 때문이다.
절망적인 운명을 똑바로 응시하지 않는 한, 희망의 본질에서 빛나고 있는 삶의 비밀은 영혼이 드러나지 않는다.
견뎌내는 것이다.
한탄해 본들 불운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두운 얼굴을 해 보인다고 인생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라면 같은 상황에서 밝게 웃고 있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질병에 걸리고 수험에 실패하고 실연하고 망하고 전쟁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육친의 사별, 믿었던 이들에게 배진당한 사람은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버텨내는 것만으로도 몰라보리 만큼 강해진다.
마침내 불행이 그만의 개인적인 자산이 되어 그의 등 뒤에서 밝게 빛난다.
불행을 한탄하며 세상과 인생에 악평을 쏟아내는 사람을 볼 때마다 다시없을 기회를 놓치겠구나, 안타깝기만 하다.
인간은 본디 강하다.
그래서 견뎌내는 것이다.
그런 견뎌냄을 통해 우리는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간다.
약간의 거리를 둔다/소노아이코/김욱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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