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남의 말 좋게 하자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그러자는 마음씨는 한없이 고맙고 예쁘게 느껴지지만, 왠지 슬퍼지는 것은 승려이기 때문일까?
남을 헐뜯고 비방하며 중상모략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산 곳이기에, 저리도 곳곳마다 남의 말 좋게 하자고 호소하고 있는 것일까?
언제부터 익혀온 습업들일까?
사색당파의 우리네 조상 얘기는 덮어 두더라도, 작금의 모습들은 종교인으로, 한 성직자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책임을 느끼게 한다.
중상모의 돌을 넘어, 일어나는 모든 전쟁과 살육이 종교인들의 책임임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웃과 이웃마저도 종교 때문에 싸우고 부모의 시신을 앞에 놓고 피를 나눈 형제끼리도 종교의식 때문에 싸움판이 벌어지는 현실을 포교 일선에서 보고 느끼면서, 나 역시 그런 일에 일조하는 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할 땐, 가슴이 뜨끔 거다.
사람이 사람을 믿고 살아가라는 것이 종교의 가르침일지인데 종교가 틀리고 종파가 틀린 데서 중상모략을 일삼고 부모 형제 사이마저 원수가 된다면, 오히려 종교를 갖지 않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삶이 아닌 런지?
인간은 끊임없는 선택의 모순 속에 살아야 하는 슬픈 중생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기에 성현들은 그 선택의 모순을 초월할 수 있는 믿음과 이해의 길을 터놓으신 것이 아닌가!
진정 이 땅에 구원의 길이 오고 남의 말 좋게 하자는 현수막이 내려질 수 있는 날이 있다면, 인간이 인간을 믿고 살 수 있을 때 실현되리라!
종교도 진리도 인간이 인간을 떠나서는 이미 인간의 일이 아니다고 한다면, 너무 인간적인 표현이 될까?
여보게,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지/석용산스님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핵가족 체제에서 성장하였다. (8) | 2023.05.25 |
---|---|
새 치즈의 맛 (3) | 2023.05.24 |
신앙이란 무엇인가요? (10) | 2023.05.23 |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자 (5) | 2023.05.23 |
밴다부족의 우화(여행) (14) | 202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