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번째,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저는 항상 제가 최고라고 믿었어요."
"자신감이 넘치셨네요."
그래요, 자신감이 흘러 넘 칠 정도였죠,
게다가 삐뚤어진 독불장군이라 남의 말을 잘 듣지도 않았어요, "
"네, 그러셨군요, "
"나 혼자, 나만 잘났다고 믿고 살았어요.
지금 생각하니 너무 후회스럽네요.
다른 사람 얘기도 귀 기울여 제대로 듣고, 주의를 좀 더 살피면서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
H는 '내가 최고야!'라며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난 듯 안무인으로 살아온 인생을 후회하는 환자였습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쳤을 때 한 사람의 의견만 믿고 따라가다 보면, 암초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의료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의사라도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습니다.
신이 아닌 이상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이때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는 동료가 있느냐가 실수를 한 당사자가 그 충고를 허심탄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양심적인 의사가 환자에게 다른 의사의 진단이나 소견을 권하는 이유도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르는 오진이나 실수를 염려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양심적인 의사는 자신의 진단과 치료를 믿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의심합니다. 무엇이 최선인가를 매일 검증하고 자문자답하면서, 확실한 방법을 찾을 때까지 혹은 완전한 증거를 갖출 때까지 마음을 늦추지 않습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자신의 센서와 주위 사람들의 판단에 귀를 쫑긋 세우기 마련입니다.
반면에 자신만이 최고라고 믿고 타인을 무시한다면 잘못을 저질러도 깨닫지 못하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실패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뒤늦게 자신의 오만과 자만을 후회하는 환자 H에게 양심적인 의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러자 H는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저는 독단 때문에 일을 그르칠 때가 많았어요. 마음을 조금만 열었어도 새로운 가치관이나 업무 아이디어를 배울 수 있었을 텐데, 바보같이 그런 기회를 잡을 줄 몰랐죠.. 건강할 때는 아무에게도 뒤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정말 바보였죠."
여든을 훌쩍 넘기고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H는 뼈저리게 후회하는 듯했습니다.
비록 유아독존으로 살아왔지만 먼 길을 떠나기 전에 인생의 진실을 깨달은 그 노신사를 나는 존경합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일수록 또 통솔력과 결단력이 넘치는 사람일수록 위험한 독선이 빠지기 쉽습니다.
똑똑한 군주가 폭군으로 돌변하는 이유도 아첨만 일삼으며 알랑거리는 간신 배가 주위에 득실거리고 그로 인해 자신도 마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우두머리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악랄한 독재자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시야가 좁아져 개중에 충원하는 사람이나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이 진심 어린 말을 던져도 한 귀로 흘리거나 외면하게 됩니다. 물론 앞장서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이 지나치게 주위 눈치를 살피다 보면 앞으로 나아가기가 어려운 것도 맞는 얘기지만 그럴수록 상황을 제대로 분석하고 결정해서 행동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죽음을 앞두고 몸이 약해지면 으레 목소리도 작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렇게 나약한 모습으로 세상을 떠날 때 인간은 비로소 주위를 둘러보고 타인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인생이 진리를 깨닫습니다.
일찍이 공자는 예순이 되어야 '이순(耳順)'이 된다고 했습니다. 쉰에 하늘의 명을 헤아려도 남의 말을 곡해하지 않고 듣기는 어려우며 예순이 되어야 다른 사람의 말을 온전히 깨달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 훨씬 짧았던 옛날에 귀가 순해지는 '이순'을 '예순'이라고 했으니, 요즘 나이로 따진다면 여든, 혹은 더 나아가 들어서야 이순의 경지에 이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평생을 자신감에 넘쳐 후회를 모르고 앞만 보고 달려온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곧 정답이라고 믿습니다. 물론 자신 있게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항상 내가 최고이며 내 생각이 전적으로 옳다는 확신을 단 한 번이라도 의심한다면 더 넓고 보다 깊은 세상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서 생각하고 결정한 판단이 맞든 틀리든 죽음은 누구에게나 반드시 찾아옵니다. 독불장군으로 살아온 람일수록 죽음을 감지한 순간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습니다. 실패를 모르는 화려한 승자였기 때문에 '죽음 '이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더욱 힘들어 서일 까요? 그들은 어쩌면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초자연적인 힘이 새 서일 까요? 그들은 어쩌면 자신을 훨씬 능가하는 초자연적인 힘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간은 마지막 순간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죽음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을 때가 되어서야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사실과 자신의 한계, 부족함을 깨닫고 가슴을 치며 후회한들 무슨 손이 있겠는가. 한 걸음 물러서서 차분히 사물을 바라보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아야 성공과 더불어 후회 없는 인생을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귀를' 순하게' 하는 일.
그것은 벼랑 끝에 내몰린 자신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오츠 슈어치 지음/ 황소연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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