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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든 인간은 피해자이자 가해자이다.

by 책통지 2023.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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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4.11. 화요일

혹독한 피해를 받은 인간이 가장 가혹한 가해자가 된다

 

시어머니 시집살이를 호되게 한 며느리가 더욱더 가혹한 시어머니가 되었다는 이야기나 군대에서 고문에 가까운 기합을 받은 신참이 선임이 되었을 때는 한술 더 뜬다는 식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피해자로서 고통받고 핍박받을 때 가해자에의 눈부신 변신을 꿈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고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촘촘하고 탄탄합니다.

 

우리는 바로 우리 자신 여성 문제로 자연스럽게 옮아갔습니다. 사실 여성들에게  그 고리는 더욱더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왜? 가장 많은 피해와 차별을 경험한 이들이 바로 이 대한민국의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많은 여성들이 피해자와 가해자의 모습을 하면서 동시에 진행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말이 바로 '여성의 적은 여성이다'라는 말입니다. 왜 여성은 끝없이 여성을 미워하고 흠집 잡고 할퀴고 있는가? 때로는 약한 자야말로 정말 무섭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약한 자에게는 관용과 자존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약한 자의 일그러진 모습입니다. 억눌리고 소외된 자가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그 피학적 가해 의식은 결국에 가서는 영원히 여성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어떡하면 될까요?"

"생각보다는 아주 쉽습니다. 우선 여성을 특별히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여성 스스로가 여성에 대한 두려움, 과잉반응, 과대망상 등에서 벗어날 때 그 지긋지긋한 가학의 고리에서 비로소 풀려날 수 있습니다."

 

억눌린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약한 자를 만났을 때 이루 말할 수 없이 잔인해집니다. 평소에 파리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것 같았던 그토록 순한 일본인들이 전쟁 때 얼마나 잔혹했던가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또 다른 여성은 잔인한 약자로서 비치고 있습니다. 그 고리를 푸는 수많은 정신 분석학적 과정이 아직도 우리 여성에게는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그 단계를 넘어서지 않는 한 여성은 영원히 '피해자' 티켓을 지닌 '가해자' 대기 명단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간절히 두려움 없이> 전여옥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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