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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많은 말보다 부모의 반응이 중요하다.

by 책통지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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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언어습득에 관해

 가장 효과적으로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느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훨씬 더 말을 빨리 배울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때의 두 아이는 청각 장애나 언어 장애가 없는 전형적인 발달 과정에 있는 유아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인정했지만 여기저기서 들은 조금의 정보들을 통해서 나름의 추측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한 부모의 엔 프레이저는 10개월 아기 존의 엄마이자 저명한 시가코의 한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프레이저는 존이 돌이 될 때까지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중국인 의뢰인들을 주로 상대했기 때문에 존을 갖기 전에는 가끔 아시아로 출장을 가기도 했습니다. 만다린 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대부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너무 늙어서 두뇌 유연성이 떨어졌나 보다 생각하고 대신 아들은 어린 나이에 중국어를 가르치기로 결심했습니다. 프레이 저는 아기의 옷을 입히거나 젖을 먹일 때 텔레비전 중국어 뉴스를 틀어놓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그건 존에게 좋을 거 같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나 하루에 적어도 20분 정도는 만다린 어를 들려주려고 애썼습니다. 그 정도는 해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프레이저는 존이 원래 언어 능력 수준이 높은 아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존에게 많은 양의 언어를 둘러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끊임없이 말을 거는 게 중요하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프레이저는 하루 종일 아이에게 언어의 연속 안타를 날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 멈추지 않고 재잘거려요. 잠깐 볼일을 보러 나갈 때나 산책을 할 때면 거리에 뭐가 보이는지 설명해 주지요. 제 눈에 보이는 색깔도 알려주고요. 그래야 엄마도 자기 목소리를 잃어버리지 않죠."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몹시 피곤해 보였습니다. "혼자서 쉬지 않고 떠든다는 게 사실 어려운 일이에요. 아기들은 대화에서 아무것도 하는 게 없잖아요."


 프레이저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내용입니다. 부모들은 자세한 내용까지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도 어쨌든 언어 습득이 선척적인 능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떠들썩하고 말이 많은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발달이 빠르다. 이는 인기 있는 유아 지침서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부모들에게 인기 있는 신상품으로 자그마치 699 달러나 하는 '언어 만보기'가 있습니다. 이 장치는 아기 옷 주머니나 자동차 시트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핸드폰 크기 정교한 기기로 아기가 하루에 혹은 한 시간에 단어를  몇 개나 들었는지 그 수를 세어줍니다.


 이 언어 만보기는 육아의 언어 노출 빈도를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장치입니다. 이러한 도구의 힘을 빌려 1994년 캔자스대학교의 베트 하트 박사와 토트 리슬리 박사는 유명한 장기적 연구의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트 박사와 리슬러 박사는 7개월에서 9개월 사이의 아기가 있는 여러 가정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부모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거나 근처에 아기를 둔 채 집안일을 하는 모습 등을 한 시간 동안 비디오로 촬영했습니다. 이 과정은 아기들이 만 3세가 될 때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지속되었습니다. 엄청난 노력 끝에 하트 박사와 리슬리 박사는 이 방대한 비디오 촬영 분을 자료화했고 생활보호 가정의 아기들은 한 시간에 600개의 단어를 듣고 산다는 것을 밝혀냈습니다. 이에 비해 노동자계층 가정의 아기들은 한 시간에 900개의 단어를 듣고 있었고 전문직 종사자 가정의 아기들은 한 시간에 1500개의 단어를 듣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아기가 점점 자랄수록 더 커졌는데, 이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말을 더 많이 들려줘서가 아니라 보다 복잡한 문장을 써가며 의사소통을 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러한 언어노출의 풍부함 정도는 훗날 아이의 어휘력과 매우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었습니다. 만 3세 생일에 전문직종사자 부모의 아이들은 평균 1100 단어의 어휘로 말을 했지만 생활보호 가정의 아이들은 평균 525 단어로만 이야기를 해 그 양이 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복잡성과 다양성 그리고 아기가 듣는 순전한 언어의 양은 확실히 언어 습득을 위한 동력이 된다

 그러나 단지 언어를 많이 듣는 것이 필수적이고 지배적인 요소인지를 아직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아동의 언어출력이 거대 입력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기본 패러다임으로는 왜 가정 안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두 아이가 엄청나게 다른 언어습득 일정을 보이는지를 설명할 수 없습니다. 두 엄마 모두 고학력에 논리 정연한 말솜씨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10년 전 하트 박사와 리슬리 박사가 발표한 연구결과는 이른바 언어연구의 최첨단이었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지금까지도 사회과학의 모든 분야에서 가장 많이 반복적으로 인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사이 다른 학자들 역시 옹알이에서 유창한 말로 바뀌는 2년 동안 아이에게 정확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연구하며 조금씩 그 비밀을 해결해 왔습니다.

 

 그 결과 기본 패러다임이 뒤집어졌습니다. 가장 중요한 정보들은 과거의 추측과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었습니다. 즉, 부모가 해야 할 중심 역할은 아기의 귀에 엄청나게 많은 양의 언어를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아기에게서 어떤 소리가 나오는지를 알아채고 입에서든 눈에서든 손가락에서든 나오는 대로 반응을 하는 것이랍니다. 앤 프레이저처럼 아기는 대화에서 아무런 하는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라는 것입니다.

 

 사실상 아기의 말문을 터주는 것은 부모의 말이 아니다. 다시 말해 아기에게 들려준 부모의 말이 아니라 아기의 말에 보여준 부모의 시기적절한 사랑과 관심이 핵심입니다.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생각 양육쇼크> 포 브론슨·애쉴리 메리먼 지음 / 이주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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