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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휘파람을 불어라/마음 단속 생활 단속

by 책통지 2023.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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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희망은 나


 우리나라 성인들의 사망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병은 '암' 그중에서도 '위암'이라는 통계가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비교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위암'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즐기고 있는 맵고 짠 자금성 있는 음식이 대표적인 원인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지나친 흡연이나 갈수록 지구의 문제가 되어가는 공해 역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서부터 길들여져 온 우리들의 식생활 습관은 날마다 꾸준히 알게 모르게 우리들에게 자극성의 강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요즘은 건강에 대한 관심도와 자극성이 있는 음식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들을 이곳저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덕에 많이 경계를 하는 현실이지만 그래도 며칠이라도 외국에 나가 느끼한 음식을 먹다 보면 저절로 맵고 짠 우리 음식이 그리워집니다. 그리워지는 정도는 괜찮지만 맵지 않은 음식은 맛이 없고 아무리 배불리 먹어도 왠지 덜먹은 것처럼 속이 허전하고 고추장이라도 한 숟가락 퍼먹어야 느끼함이 사라지고 포만감이 느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런 자극이 일상적인 식생활에서 반복되다 보니 위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더 쉽게 구멍이 나고 상처가 나고 견디지 못하게 될 수밖에요.

 

 그런데 자극성 있는 음식을 좋아해서 늘어나는 위암 환자보다 더 심각한 암세포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자극적인 눈요깃거리나 읽을거리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우리들의 정신에 생긴 암세포입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너나없이 모두 자극적인 뉴스에 굳은살이 박인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서울 시내 곳곳에 걸려 있는 어제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나 부상자 수를 보면서도 거기에 나타난 사실에 우리는 너무 무심합니다. 사망:2명, 부상자: 120명 했을 때 그 하나하나의 숫자 속에 사랑하는 사람들의 절망과 아픔이 들어있고, 한 생명의 죽음이 그리고 그 죽음을 감당해야 하는 여러 사람들의 눈물이 있다는 것을 유추해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부상자 숫자 속에는 어느 사랑스러운 여인의 연인을 전신마비로 몰고 가버린 아픔이 숨겨 있을 수도 있고 어느 젊은 화가의 눈이 영혼이 기능을 상실해 버리는 절망, 늙은 어머니의 하나뿐이 아들의 다리가 잘려나간 고통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숫자 속에서 우리는 그런 숨겨진 아픔이나 절망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일상적인 숫자의 연속으로 보고 지나칠 뿐입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는 사람이 죽고, 대형사고가 생긴 현장을 시간마다 보도합니다. 하루 종일 뉴스만 전달하는 방송국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의 전달은 단순한 사건의 보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시선을 찾기 위해서 사실의 전달보다는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전할 수 있을까 신경을 씁니다.

 

 이런 화면을 보면서 우리는 현실을 영화로 착각하거나 영화 속의 일을 현실로 착각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몇 명이 죽는 사고쯤은 '또 사고가 났군'하며 때로는 짜증스럽게 텔레비전을 지켜본 적은 없었는지요. 꼭 사람이 죽어도 토막이 나고 칼로 몇 차례 찔리고 아픈 사연이 있어야만 눈을 다시 뜨고 보지는 않았는지요.

 

  좀 더 자극적인 이야기, 좀 더 충동적이며, 좀 더 볼거리가 있는 급진적인 일을 바라며 작은 진실, 일상적인 생활에 대해서는 감동과 감격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는지요. 우리 마음에 기생하는 암세포는 잔인한 공포, 부정직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자극적인 상황들을 먹고 자랍니다.

 

 날마다 늘어가는 러브호텔과 술집, 그리고 그곳에서 접대부로 일하는 열다섯 또래들의 미래, 혹은 그녀의 어머니들의 아르바이트성 나들이, 그곳을 찾아가고 그런 유희를 즐기는 그녀의 아버지들의 죄업, 우리 시대의 마비된 정신세계를 드러내 주며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 암세포를 이식시켜 주고 있는 곳 중의 한 군데입니다.

 

삼천만 원짜리 양변기에 앉아서 변을 봐야 시원하고 귀족이 된듯한 착각에 사는 사람도 있고, 백만 원이 넘는 팬티를 입어야 귀부인이 된다고 생각하는 가난한 여인들, 30만 원짜리 손수건을 쓰면서 특권의식을 누리는 사람들 모두 마음에 암이 걸려 있는 모습입니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 어찌 이것에 그치겠습니까.

 

 담배 한 개비의 흡입량은 당장 폐암의 원인이 되지 않지만 30년 동안 계속되는 담배 연기는 폐암으로 원인이 되지 않지만 30년 동안 계속되는 담배 연기는 폐암으로 이어지듯이 작은 자극도 계속 꾸준히 반복되면 우리의 마음을 병들게 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갖습니다.

 

꼭 수천만 원짜리 양변기를 찾는 사람들만 욕할게 아니라 그 사람들은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두고 우리 보통 사람들 사이에서 꾸준히 옆 사람의 생활에 나쁜 자극을 주는 일은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이름이 꼭 안 나와도 말없이 어려움 당하는 사람을 작게라도 도와주고 돌아설 줄 아는 원래의 우리 모습을 찾아봐야 합니다.

 

 나쁜 습관을 이기는 것은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을 길들이는 길밖에 없습니다. 남아서 썩으면 이 땅에 더 이상의 희망은 없다는 마음으로 나의 마음 단속, 생활 단속을 해야겠습니다.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희망이 필요하다> 김경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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