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서 사람들과 우정을 쌓아라

 

 

다른 부서 사람들과 우정을 쌓아라

지난여름 가족을 이끌고 필리핀으로 휴가를 갔다고 합니다. 평소 외국 여행 가서 돈만 많이 쓰고 온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한심했었는데,  IMF가 목까지 죄는 바람에 해외 휴가는 꿈도 못 꿨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그간 모아놓은 저금을 톡톡 털어 과감히 물 건너갔다고 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팀에 합류됐다고 했습니다. 그 가운데 국내 재벌 회사에 다니는 여성 둘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 좋은 데를 여자 둘이 오면 어떡하냐?"라고 농담을 했고 외국에서 만나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다 보니, 금세 친해졌다고 합니다.

 둘은 스물다섯 동감이었다고 합니다. 말을 몇 마디 나눠보니 둘 다 쾌활한 성격의 똘똘하고 야무진 아가씨들이었다고 합니다.  회사 안에 저렇게 서로 좋아하는 친구가 있으면 얼마나 일하기가 수월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함께 바나나 보트를 타고 물을 서너 차례 먹었다고 합니다. 또 스킨 스쿠버를 하며 깊은 물속까지 함께 내려가면서 점점 더 서로를 잘 알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ㄱ이라는 아가씨는 회사에 들어온 지 5년이 되었다고 했고 ㄴ아가씨는 졸업하고 입사해 1년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하는 일도 달랐다고 합니다. ㄱ은 총무부에서 지원 업무를 하고, 니은 해의 영업부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회사 프로젝트를 파는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답니다.

 아하! 난 그들이 이른바 고졸 여사원과 대졸 여사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항상 직장에서 갈등의 원인, 서로 못 잡아먹는 그리 녹록지 않은 관계인데......, 그들 사이에는 아주 깊이 있는 신뢰와 우정이 형성되어 있고, 서로 집안 사정도 환했고 남자 이야기도 터놓고 하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그들이 어떻게 해서 친해졌는가를 유심히 관찰하며 추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선 고졸 사원인  아가씨가 아주 착하고 똑똑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친구 ㄴ이 영어도 아주 잘하고 능력 있다는 점을 무척 자랑스러워했다고 합니다. 또 자신도 지금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있는데 입이 잘 안 떨어진다고 스스로 스스럼없이 말했다고  합니다. 또 니은 아주 순수한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학벌이나 그 사람의 배경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것이 아니라 사람만을 보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런 두 사람이 한 직장에서 만났고 이들은 서로 호감을 느끼게 되어 아주 소중한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둘을 보면서 대단한 성공을 예고한다고 느꼈다고 합니다. 앞으로 긴 조직생활을 하면서 그들이 둘의 우정을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것인가, 그 그림이 환하게 그려졌다고 했습니다. 특히 대졸 사원인 ㄴ이 많은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ㄱ억은 조직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무료 5년을 조직에서 일을 했으며 ㄱ억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인적 데이터의 입력 양은 막강한 것이었다고 했습니다. 또 조직에서 힘의 향방은 물론, 총무부에서 일한 사람으로서 한눈에 뚜르르 꿰는 다양한 정보들은 정확하고 최신의 뉴 버전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현명한 아가씨 둘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저 둘이 손잡고 나아가 성공이라는 열매를 얼마나 맛있게 나눠 먹을까, 그 생각을 하니 힘이 솟구쳤기 때문이랍니다.

 그런데 사실, 남자들은 이렇게 큰 다고 합니다. 자신과 같은 부서의 동료는 물론이지만 자신과 다른 부서나 일이 다른 곳에 혹은 직급이 다른 여러 군데 친구를 만들어서 서로 키워주기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함께 있는 사람들은 결코 결정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합니다. 아니 절대로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들은 경쟁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가 경쟁 관계가 아닌, 한치 걸로 두 치인 사람들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가 쉽다고 합니다. 또 이것만큼 실속 있는 것도 없다고 합니다. 그들은 서로 경쟁자가 아니라 조력자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여성들이 조직에서 저질렀던 가장 큰 실수는 절대로 경쟁자가 아닌 여성들끼리 서로 경쟁자라고 생각해 어리석은 소모전을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결과는? 여성들은 조직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합니다. 여성이 여성을 돕고 지원한다면? 그 힘은 한마디로 핵분열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간절히 두려움 없이> 전여옥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