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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 52센트짜리 커피가 제 목숨을 살리게 될 줄 정말 몰랐어요"

by 책통지 2023.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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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향기

인생은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안나마리 오스네스는 주변 사람들의 사소한 생활 속 이야기를 듣고 기억하는 것을 좋아했답니다.
쉰다섯 살인 그녀는 워싱턴 근교에 위치한 대학에서 행정사무직원으로 일했는데 아침 출근길이면 어김없이 타코마 노스프록터 26번가에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르곤 했답니다. 매일 아침 그녀에게 커피를 뽑아주던 바리스타는 동년배인 샌디 앤더슨이랍니다. 샌디는 그녀의 이름은 몰랐지만 항상 갓 볶은 쇼트 사이즈 드립 커피를 대접했다 합니다.

안나마리는 여느 날처럼 가방 속에 들어있는 잔돈으로 자바 커피를 샀다고 합니다.
가방 속에서 25센트나 10센트, 그리고 5센트 동전을 찾는 동안 그녀와 샌디는 항상 사이좋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었답니다. 매일 이렇게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바람에 그들은 손자의 생일파티며 좋아하는 휴가지, 그리고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이 주말 방문까지 서로의 소식을 빠삭하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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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샌디는 안나 마디가 여는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는 몹시 우울해 보였기에, 샌디는 물었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괜찮으신가요?"

안나마리는 처음으로 대답을 하지 못한 채 머뭇거렸답니다. 샌디는 무슨 일인지 끈질기게 물었답니다. 마침내 안나 마리가 속마음을 털어놓았고 합니다.

 "전국 신장이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왔어요. 당장 신장 투석도 받아야 해요."

그녀는 17년 동안 앓았던 다낭성 신장질환으로 생명이 위태롭지만 신장 기부자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안나마리의 가족 중에는 그녀와 신장이 맞는 사람이 없었고 장기은행으로부터 신장을 받으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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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고 합니다.

"안나마리의 사정을 들은 순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그녀의 손녀였어요. 마음이 아팠죠".

샌디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손자 손녀들이 얼굴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카운터 맞은편에 앉은 안나마리를 보며 선뜻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신장을 줄 수 있는지 내가 한 번 검사를 받아볼게요."

안나마리는 바리스타의 친절함에 가슴이 뭉클했지만 가급적 희망을 품지 않으고 했답니다. 샌디의 신장이 그녀에게 맞을 가능성은 극히 낮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잘 알지 못합니다. 설령 샌디의 신장이 자신과 맞는다고 해도 나중에 그녀의 마음이 바뀐다 한들 그녀를 비난할 입장이 못 되기때문입니다. 그러나 샌디는 매일 검사를 받은 수 있게 해달라고 안나마리에게 말했답니다.

어느 날 안나마리가 스타벅스에 들어섰을 때였습니다. 샌디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카운터 너머로 손을 뻗어 안나마리의 손을 꼭 쥐며 이렇게 외쳤습니다.

 '맞는데요, 신장이 맞는다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손님들도 잊은 채, 그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답니다. 훗날 안나마리는 이렇게 회상 했습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막 소리쳤어요. 손님들이 문밖에까지 줄을 섰는데도 세상에 우리 두 사람밖에 보이지 않더라고요. 다른 것은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아무 상관도 없는 샌디가 어째서 그녀를 위해 그런 희생을 했던 걸까요?

안나마리는 매일 아침 그들이 나누었던 작은 대화 때문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아침 가방 속 동전을 세며 나눈 단 몇 분의 대화와 깊은 우정의 씨앗을 심어주었던 것입니다.

안나마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대방의 눈을 보면 당신은 그 사람을 알게 되고 온정을 느끼게 됩니다. 1달러 52센트짜리 커피가 제 목숨을 살리게 될지는 정말 몰랐어요"

샌디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2008년 3월 11일자로 수술이 잡혔고 신장 공여자와 수혜자 모두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습니다. 두 사람은 깨어나자마자 서로 보고 싶어 가만히 누워 있을 수가 없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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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섬'처럼 고립된 삶을 살고 있어서 가벼운 대화조차 나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항상 분주하게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옮겨가며 성과를 올리는 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러느라 자신의 다른 일면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갑옷을 벗어던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진실한 교감이 갖는 힘이 얼마나 큰지를 깨닫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어쩌면 안나마리는 처음에 망설였던 것처럼 자신의 문제를 말하지 않고 버텼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샌디가 끈질기게 관심을 갖고 무슨 일인지 묻지 않았더라면 상황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두 여성이 정해진 울타리 너머로 한 걸음씩 발을 내딛자, 즉 안나마리가 마음을 열고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고 샌디가 타인에게 필요 이상의 관심을 보이자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인생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일들로 언제든 반전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는 이유

다른 사람을 볼 때 외적인 역할만이 아니라, 그 이면까지 볼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일상생활에서 단역 역할을 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을 단지 역할 그 자체로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아침에 신문을 돌리는 이는 단순히 신문 배달부로만 보고 드라리클라이닝을 해주는 이는 단순히 세탁소 직원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나 그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 그 너머를 보려 하지 않습니다. 단 몇 분으로 혹은 짧은 몇 마디로도 인간적 공감대를 나눌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유쾌한 나비 효과> 린다 카블란 탈러·로빈 코발 지음/정준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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