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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가족 체제에서 자라나는 신세대 아이들은 어떤 배경에서 성장하고 있는가?

by 책통지 2023.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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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의 일이었다.
평소 가까이 지내던 10년쯤 후배의 집에 간 적이 있다.

별다른 일 없이 마실을 간 것이다.

마침 그 후배는 자기 집에 와서 차나 한 잔 하자고 전화를 해왔고, 또 뉴질랜드인가 호주인가에서 만든 맛있는 과자도 있다고 했다.

하여튼 그 친구 본 적도 오래되었고 해서 찾아갔다.

저녁 9시가 다 되어서였다.

집안에 들어서니까 식구들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들어서면서부터 놀랐다.

우선 그 집 아이들의 행동에서 놀랐다.

아이들이 드러누워 있지 않은가!

큰 아이는 국민학교 6 학년이고 작은 아이는 국민학교 4 학년인데, 한 녀석은 아예 벌렁 누워 있고, 한 녀석은 비슷한 등을 소파 아래쪽에 기댄 채 바닥에 반쯤 누워 있었다.

일어나지도 않고 텔레비전을 바라다보면서 그냥 말로만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런데 내가 더 놀란 것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였다.

벌렁 드러누워 있던 6학년 짜리 사내아이가 그 아이 아버지를 향해 발을 번쩍 들면서,

 

(아빠, 11시 좀 틀어볼래.)라고 말한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하기 싫은 일을 하듯 일어나며, (알았어, 왜 11시에서 뭐 하는데?) 하면서 채널을 11시로 돌리지 않은가!

물론 그날 나는 그 아이 아버지한테 아이들을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잔소리를 했지만, 가슴 한구석엔  왜 저런 현상이 생길까 찔찔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가 있겠으나, 우선은 옛날 우리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집 안에 '어른'같은 어려운 사람이 없어서 그런 듯싶다.

즉, 집 안에는 그 집의 가풍을 곧추세우고 집 안의 정신적 지지가 되는 어른이 있어야 하는데, 요즈음 핵가족 시대에는 그런 어른이 계시지 않다는 데서 신세대 아이들의 행동이 한마디로 버릇없게 나타나는지도 모른다.

 


다음 부모들의  행동이다.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공놀이도 하고, 농담도 주고받고, 때로는 싸우기도 한다.

부자가 함께 바둑을 두 다보며 아들이 얄밉도록 잘 두어, 진 아버지는 약 오르는 경우가 있고, 또 한수 물려달라는 것을 아들이 끝내 물려주지 않아서 싸울 때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부모와 자식 간의 위계가 붕괴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는 어디까지나 부모로서 자녀들 앞에 존엄한 위치를 지켜야 할 것이다.

우린 개방적으로 키운다느니, 아이고 어른이고 모두 똑같다느니, 친구 같이 지낸다면서, 부모로서의 역할과 위치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결국 요즈음 어린아이들의 부모 자신이 신세대이고 보면 그야말로 집 안의 어른이 없어진 것 아니겠는가?

옛날에는 연령이란 것이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어떤 질서를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였다.

상대방이 많이 배웠건 못 배웠건 간에 지위가 높건 낮건 간에 나보다 한 살이라도 더 먹었으면이 윗사람 대접을 했다.

좌석에 앉을 때도  윗사람에게 양보했다.

또, 내 부모님과 비슷한 연세의 어른들이면 부모님 대하듯 했고, 반대로 동생들과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이 면내 동생에게 대하듯 했다.

그래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언제나 나이를 한 두 살 올려 말하면서 상대방을 동생 취급하고 친구 부인을 재수라고 놀리기도 했다.

또 상대방이  좀 잘못을 했어도 나이가 나보다 위이면, 그런대로 넘어가지 않았는가!

이 모두가 대가족제도에서 줄줄이 어른들을 모시고 성장한 데에서부터 비롯된 행동 특성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의 신세대 젊은이들은 어떠한가?

연령에 대한 가치부여가 점점 줄어드는 듯싶다.

 

 

몇 달 전 출근길에서의 일이었다.

20대 중반의 젊은 사람이 50대 중반의 어른과 시비가 붙었다.

20대 젊은이가 50대 어른이 운전하는 차를 뒤에서 받은 것이다.

신호가 바뀌는 바람에 50대 아저씨가 멈춰 섰는데 뒤따라오던 젊은이는 앞차가 건너가는 줄 알고 자기도 아예 건너갈 생각으로 달려오다가 앞차  뒤꽁무니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 50대 아저씨는 화가 났다.

목 뒤가 이상한지 거기를 어루만지면서 뒤차의 젊은이에게 갔다.

젊은이도 차에서 내렸다.

(이봐 이렇게 달려오면 어쩌자는 거요? 사람 죽일라고 그래.

(물어주면 될 거 아니야! 어디다 아침부터 반말이야!)

(뭐라고 뭐 이런 친구가 다 있어!)

(친구라니? 내가 어제 당신 친구요?)

50대 아저씨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다.

반말했다고?
물어주면 될 거 아니냐고?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 때문에 길게 늘어선 반대 차선 사람들은 뭐 구경거리가 생겼나 싶어 그냥 지나갔지 않고 흘끗 대느라  그쪽도 차가 정체되고 있었다.

결국 경찰이 와서야  그 두 사람은 옆으로 끌려나갔지만, 바로 옆 차선에 있다가 일을 바라보게 된 나도 그날 온종일  씁쓸했다.

(물어주면 될 거 아냐?)를 몇 번 되뇌었다.

돈으로 해결하면 다 된다는 식의 사고이다.

누가 잘못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상대자가 어른이건 누구건 상관없는 것이다.

어른을 몰라 보니 신세대, 그것을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그저 한두 사람만 그런 것일까?

이는 어려서부터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지 않은 데서 기인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금 당신의 자녀가 흔들리고 있다/이성호(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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