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랑의 증표
한 인물에게 어머니가 끼친 영향은 중요하다.
하물며 한 작가에게 어머니가 끼친 영향은 당연히 중요하다.
윤동주시에서 어머니는 어떻게 등장할까.
윤동주 작품 중에 많이 주목받지 못한 <버선보>이라는 작품이 있다.
2023.09.15 - [유익한 정보] - 그들은 나의 인생의 빛, 부모님
어머니! 누나 쓰다버린 습자지는 두었다가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습자지에다 내 버선 놓고 가위로 오려 버선본 만드는 걸. 어머니! 내가 쓰다버린 몽당연필은 두었다가 뭣에 쓰나요 그런 줄 몰랐더니 천 위에다 점을 찍곤 내 버선 만드는 걸. - 윤동주, <버선본> 1936. 12. |
2023.09.13 - [유익한 정보] - "자식을 키우는 여정: 사랑과 양육의 중요성"
버선본이란 무엇일까.
버선본은 옛날 양말이다.
반달이 안 깊숙한 서랍에서 할머니의 유물로 찾은 버선본을 보았거나 어머니가 누렇게 변색한 버선 모양 한지에 뭐라고 글씨를 써두고 보관해 둔 종이 뭉텅이를 본 독자들이 계실까?
모든 부분이 곡선인데, 맵시를 내기 위해 발끝을 살짝 하늘로 추켜올린 것이 특색이다.
한국의 미학 중 하나는 '날기의 미학인데, 버선이야말로 발부리 부분을 살짝 올려 맵시를 냈다.
발 모양과 크기를 재고 본을 뜨기 위해 한지에 그려놓은 그림을 '버선본'이라 한다.
사람마다 발 크기나 모양이 다르기에, 한 집안에서도 식구별로 버선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
버선본은 대부분 한지로 만들었다.
한지는 질기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버선본에 자식의 복을 비는 구절을 써놓기도 했다.
화자는 어머니에게 누나가 쓰다 버린 습자지를 버리지 않고 두는 이유를 묻는다.
2023.09.12 - [좋은글] - 자식은 어머니의 꿈: 무한한 사랑과 희망의 상징
어머니는 습자지에다 내 버선을 놓고 가장자리를 따라 그린다.
습자지란 한지가 귀하던 시절 글씨 쓰는 연습을 하던 종이다.
가위로 습자지에 그려진 버선 모양을 오려 버선본을 만든다.
내가 쓰다 버린 몽당연필을 버리지 않고 두었다가 뭣에 쓰는지 묻는다.
"천 위에다 버선본 놓고" 몽당연필에 "침 발라" 버선 모양대로 천에 점을 찍는다.
그 선을 따라 흠질 박음질을 한다.
솜을 두고, 안팎을 뒤집어 인두로 꼭꼭 누르며 그럴듯한 버선이 만들어진다.
"내 버선 만드는 걸"이라는 구절처럼, 어머니의 사랑이 표현되어 있다.
옛날 어머니들은 한평생 버선을 만들었다.
가족 누군가의 버선이 해지면 어머니들은 버선본을 찾아 다시 버선을 만드셨다.
빛바랜 버선본은 어머니 사랑의 증표였다.
서른세 번의 만남
백석과 동주/ 김응교
'좋은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크쇼 여왕(오프라 인프리)의 성공 비밀 (3) | 2023.06.06 |
---|---|
너무 착하게만 살지 말아요. (14) | 2023.06.05 |
태양을 바라보는 향일성이란 (7) | 2023.06.03 |
생활 양식 (11) | 2023.06.02 |
자신을 의식하지 않게 됐다 (10) | 2023.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