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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너무 착하게만 살지 말아요.

by 책통지 2023.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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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어렸을 때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으며 크셨나요?

 

부모님이나 선생님, 친척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을 절대 거스르지 않고, 어려운 일이 좀 있어도 불평 없이 잘 참으셨는지요.

 

성인이 된 지금도 맡은 일에 대해서 책임감 있게 최선을 다하며, 남에게 조금이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며  살고 계시나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나도,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나만 좀 참으면 된다는 생각에 그냥 아무 말 없이 넘어가고, 또 남에게 상처될 만한 말이나 관계가 불편해질 수 있는 말은 잘할 줄도 모르고요.

 

 이렇게 정말로 '착한' 사람일수록 심리적 우울증이라든가 공황장애, 직장과 가족관계에서 오는 화병 같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분들은 공통적으로 말도 차분히 하고 성품 자체가 순해 남들에게 배려도 잘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나 생각하는 방향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다른 것을 원하면 나 하나 희생하는 것쯤은 몸에 밴 분들이죠.

 

이렇게 착한 분들에게 하늘도 무심하지 왜 이런 마음의 시련을 주시나, 안타까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도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고 유순한 편이라서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랐습니다.

 

부모님께 걱정 안 끼치는 착한 아들, 선생님 말씀 잘 듣는 착한 학생, 그게 좋은 것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공부를 하면서 그냥 착하기만 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느꼈지요.

 

그룹 과제를 할 때 똑똑하고 기 센 학생들과 함께하다 보니 모두가 기피하는 부분만 저에게 자꾸 맡겨줬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저만 계속 힘들어지더라고요.

이 고민을 친한 미국인 선배에게 털어놓았을 때 그는 이렇게 조언을 해주었어요.

 

"다른 사람보다 본인에게 먼저 착한 사람이 되세요!"

 


 순간, 뒤통수를 한대 얻어맞은 뜻 했습니다.

나 역시 그때까지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 까만을 염려하며 살았던 것입니다.

나를 아껴준다는 것,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하고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이지요.

 

 착하다는 게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보통 어떤 사람을 착하다고 말할 때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고 타인의 요구를 잘 따라주는 사람을 착하다고 칭해요.

즉 본인도 분명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방향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잘 표현하지 않고 남의 의견에 순종하는 사람을 착하다 하지요.

내 말을 잘 들어주니까 당연히 그 사람은 편한 사람, 좋은 사람, 착한 사람이 됩니다.


결국 자신의 요구를 남 생각해서 잘 표현하지 않거나 종종 누르는 사람을 우리는 착하다 하는 것 같아요.

 꼭 다 그렇다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지만, 우울증과 같이 심리적으로 아픈 '착한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렸을 때 부모님 등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반복되는 일종의 패턴을 찾을 수가 있어요.


예를 들어, 가부장적인 아버지나 성격이 강한 어머니 아래서 자란 분이 유독 많은 거 같아요.


아니면 형제들 사이에서 끼워서 상대적으로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해 부모님께 원하는 것을 해드림으로써 인정받으려는 욕구가 컸을 수도 있고요.


어떤 경우에는 부모님 서로의 관계가 좋지 않거나 가정 형편이 어려워 나라도 말을 잘 들어 힘들어하는 부모님을 편하게 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을 먹었던 분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너무 타인의 요구에 맞혀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욕망이나 감정에 소홀해진다는 점입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것들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소외시키고 무시하니 어른이 돼서도 내가 정말로 뭘 하고 싶은지, 내가 대체 누구인지 잘 몰라요.

더불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도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니 상대를 향했어야 할 정당한 분노가 내면에 갇혀 본인 스스로를 공격하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화도 제대로 못 내는,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바보 멍청이일까?' 하고 말이죠.

 

 우선 이점을 꼭 기억해 주세요.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무지 당해도 되는 하찮은 것들이 아니라 나에게 관심받아야 할 아주 소중한 것들이란 사실을요.

또한 내가 억압하고 무시한다고 해서 내 안에 감정들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을요.

많은 심리적 문제는 억압이 습관화되면서 그 억압된 감정의 에너지가 건강하게 마음밖으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해서 생겨요.

물도 흐르지 못하고 한 곳에 고이면 썩는 것처럼 감정도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터는 남들이 나에게 하는 기대를 따르기 이전에 내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그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사람들로부터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도 내가 정말로 하기 싫다는 감정이 올라오면 그것을 해주며 감당이 안 될 정도로 나를 소진시키지 마세요.


그리고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은 상대가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해 보는 노력을 해보세요.


혹시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상대가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관계가 이상해지지 않을까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상대는 내가 그런 느낌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요구했을 수 있습니다.


남들이 다 짜장면 먹겠다고 해도 내가 볶음밥 먹고 싶으면 "나는 볶음밥 먹을래요, "라고 당당하게 말해도 괜찮아요.

우리에겐 다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좋지만, 그 이전에 나를 먼저 아껴줘야 할 의무 또한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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