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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두와 잘 지낼 수는 없어요

by 책통지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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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과 하나부터 열까지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가 있다.

단지 취향이 다른 거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가 정말 싫어하는 것을 저 사람이 정말 좋아할 때, 혹은 내가 많이 좋아하는 것을 저 사람은 많이 싫어할 때,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저 사람에게는 하찮은 일일  때......,

그게 반복되는 경험이 쌓이면 그 사람이 막 싫어지기도 한다.

그냥 싫은 것 이상으로 끔찍할 때가 있다.


모두와 잘 지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크고 작은 문제로 누군가와 잘 맞지 않을 때면 나에게서 문제와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내가 좀 더 이해하면, 좀 더 참으면, 욕심을 덜 부린다면, 하고 싶은 말을 덜 하면, 더 양보하면......,

그런 말로 나를 먼저 의심하고 나를 먼저 단속했다.

내가 나인 것이 미안해서 나를 바꾸려고 했다.

지금은 누가 싫으면 잠깐만 싫어하고 만다.

다음부터는 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작용을 할 수 없게.

나에게서 문제와 해답을 찾거나 그 사람에게 바꿀 것을 요구하며 싸우는 대신 그냥 만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나여서, 당신이 당신이어서 미안해야 하는 건 너무 잔인하니까.

모두가 조금씩 틀리고 모두가 조금씩 맞다.

지혜로운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주면 주변 사람들이 누군가가 싫어서 괴롭다고 고민할 때 툭, 그냥 만나지 말라고 할 순 없었다.

그렇게 하는 나조차도 이게 조금 삐뚤어진 마음이란 걸 알고 있으려니까.

그러나 내가 나인 것이, 당신이 당신인 것이 미안한 일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 이 정도의 작은 소망이라면 그게 설령 조금 비뚤어진 거라도 괜찮지 않을까.

반드시 괜찮을 거란 자신은 없다.

언젠가 이 마음도 생각도 바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나인 것에 의문을 가지지 않는 것부터 하고 싶다.

내가 나여서 미안하지 않는 것부터.

한 가지 큰 문제는 그만 만나고 싶어도 그만 만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가족.
나는 가족들이 싫어서 미칠 것 같을 때가 많았다.

그러다 미워질 때도.

나에게 중요한 것이 그들에겐 아무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중요한 것을 나 역시 이해할 수 없다.

어렵다.

평생 어려울 것이다.

그만 만나고 싶었지기도  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아직은 더 크기에 만나는 것을 그만두지는 않고 가능한 한 부딪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누군가에겐 직장 동료나 상사일 수도 있겠다.

오래 몸담을 생각으로 다닌 직장이 없긴 하지만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이 싫어질 때는 최소한의 말미만을 남기고 일을 그만두어서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이 더 많겠지.

그 마음은 얼마나 고단할까.
그런 사람에게 툭, 그냥 그만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당신이 당신이라는 게 자신을 미워하는 이유가 되진 않았으면 좋겠다.

그건 너무 잔인하니까.

모두가 조금씩 틀리고 모두가 조금씩 맞다.

 



"어떤 사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러니까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 대화를 하면 할수록 그 사이에 더 큰 오해가 자리 잡는 것 같아요.


돌이킬 수 없을 정도의 큰 오해가.

나는 그럴 때 그냥 서로를 내버려 두는 게 가장 좋은 상태라고 생각해 왔어요.

이해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불행해지니까.

관계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요.

아는데, 잘 안 되는 거죠.
하필 그 사람에게 너무 간절하게 이해받고 싶으니까.

간절한 것들은 도통 잘 이뤄지질 않아요.

이루어지지 않을 걸 알아서, 그래서 간절한 건지도 모르죠.

요즘은 뭔가를 소원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대단한 소원이란 게 없어요.

저녁으론 떡볶이에 튀김을 먹고 싶다.

뭐 그런 자잘한 소원들.

소원이라고 이름 붙이기 머쓱할 정도로 작은 것들만 바라고요.

그러나 하필 그 사람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아직도 포기가 되지 않아요.

이해받기 위해서 노력할 때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매번 불행했으면서 내일 또 이해받으려고 할지도 몰라요. "



 

아무 목이나 끌어안고 울고 싶을 때/황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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