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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그 이별은 결국 나의 책임이었다.

by 책통지 2023.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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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 13 목요일 민들레 꽃씨

그 이별은 결국 나의 책임이었다


  몇 년 전, 지금보다 훨씬 더 어리고 멍청했을 때, 나는 블로그에 글을 쓴 다음 마지막에 이런 글을 덧붙였다. "한 위대한 철학자는 말했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고 그런데 누가 한 말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출처를 적지 않았다. 그러자 10분 뒤, 댓글이 달렸다. "스파이더맨의 삼촌이 이대한 철학자였군."

 

 아무튼 이건 모르는 사람이 없는, 특히 술 1잔 들어가면 너도 나도 주어 삼키는 말이다. 똑똑한 척하기 좋은 명언이지만, 사실은 알게 모르게 다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전하는 것뿐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사실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나은 더 심오한 비전이 있는데, 명사 두 개만 맞바꾸면 된다. "큰 책임에는 큰 힘이 따른다". 삶에 더 큰 책임감을 가질수록 삶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내 문제는 내가 책임지겠다는 자세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전에 알던 한 남자는 자기가 여자를 못 만나는 이유가 키가 작아서라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 교양 있고, 재미있고 잘생긴 일 등 신랑감 있다. 하지만 그는 여자들이 키 작은 남자를 안 좋아한다고 확신했다. 스스로 키가 작다고 느낀 탓에 그는 여자를 만나는데 적극적이지 않았다. 몇 차례 만나도 봤지만 상대 여성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그녀가 자신을 매력 없는 남자로 생각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인 후, 자신을 싫어하는 거라고 결론 내렸다. 알고 보면 상대방이 자신에게 호감이 있을 때조차도, 그러니 그의 연애사는 당연히 엉망진창이었다.

 

 그가 깨닫지 못한 건 자신을 괴롭히는 '키'라는 가치를 스스로 선택했다는 점이다. 그의 상상 속에서 여성들을 오로지 키에만 매력을 느꼈다. 그러니 솟아날 구멍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 가치를 선택함으로써 삶의 주도권을 잃고 형편없는 문제에 시달리게 됐다. 키 큰 사람을 위한 세상에서 키 작은 사람으로 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연애하는데 훨씬 도움이 되는 다른 가치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이를테면 나를 있는 그대로 좋아해 주는 여성을 만날 거야'라고 생각했다면 상대의 순수한 호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가치를 선택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가 어떤 가치를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는 자기가 가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몰랐다고 해도 자기 문제는 자기가 책임져야 한다.

 

 책임은 자기 몫인데도 그냥 계속 불평만 했다. 술집 바텐더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난 선택권이 없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여자들은 절대 날 좋아하지 않아!" 하하, 형편없는 가치에 집착하는 자기 연민에 빠진 머저리를 좋아하지 않는 게 전적으로 여자들 잘못이라 이거지?


 많은 사람이 '내 문제를 내 책임'이라고 생각하기를 꺼리는 이유는 '내 책임이 곧 내 잘못을 의미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책임과 잘못이 일반적으로 붙어 다니는 건 사실이지만 둘은 같은 게 아니다. 가령 내가 당신 차를 들이받으면 그건 내 잘못이고 동시에 난 법적으로 당신에게 보상할 책임이 있다. 설령 우발적 사고였다 해도 내 책임이다. 사회에 통용되는 잘못이라는 개념은 내가 사고를 쳤으면 내가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렇지만 내 잘못이 아닌데도 내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들이 있다. 예를 들어 어느 날, 현관에 갓난아이가 누워있다면 그 아이가 거기 있는 건 내 잘못이 아니지만 이제 그 아이는 내 책임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어떤 행동을 선택하든 내 선택과 관련한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거기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도 나다.


 판사는 사건을 선택하지 않는다. 특정 사건의 배정되는 판사는 그 범죄를 저지르지도 목격하지도 않은 무관한 사람이지만, 그 범죄에 대해 책임을 진다. 판사는 그 판결을 내려야만 한다. 어떤 기준으로 해당 범죄를 심판할지 정하고, 그 기준을 확실히 집행해야 한다.

 우리는 항상 경험을 책임지며 살아간다. 그것이 내 잘못으로서 생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이것은 삶의 일부다.


 우리 모두가 성공과 행복을 책임지려 한다. 성공과 행복이 누구 책임이냐를 놓고 다투기까지 한다. 하지만 문제를 책임지는 자세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런 자세로 살아갈 때 진정한 배움을 얻고 현실적인 발전을 이루기 때문이다. 앉아서 남을 탓해봐야 자기만 괴로울 뿐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마크 맨슨 지음/ 한재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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