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가족 체제에서 성장하였다.
내가 어렸을 때의 얘기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 머니, 삼촌들, 그리고 형들, 동생들, 10명이 넘는 많은 식구가 희미한 호롱불 아래에서 저녁을 먹는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는 저편 아랫목에 따로 상을 놓고 잡수시고 삼촌들도 따로 이쪽 편에 상을 놓고 잡수신다. 그리고 졸병인 우리 형제들은 동그란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고, 어머니는 맨 마지막에 허연 때가 낀 쟁반에 눌은밥까지 긁어가지고 오셔서 저쪽 윗목에 앉아서 잡수신다. 반찬이라야 가짓수가 많지도 않다. 여름철이면 짬무와 짠 오이를 썰어서 냉수에다 담근 것이 주된 반찬이다. 파를 좀 썰어놓고 고춧가루가 좀 뿌려져 있어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그것도 허구한 날 먹은 거라서 그런지 별로 맛이 없다. 지금은 반찬을 먹기 위해 밥을 먹지만, ..
2023. 5. 25.